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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활동

[논평] 소수자가 없는 사회에 정의란 없다. -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성소수자의 염원을 배신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규탄한다.

2020. 6. 26. 아래 내용은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 [링크] 을 새로운 블로그로 옮긴 것입니다. 같은 내용을 이전 블로그에서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원 블로그에서는 공지 카테고리에 업로드된 내용이지만 이 블로그에서는 활동 카테고리로 카테고리를 바꾸어 업로드합니다.


소수자가 없는 사회에 정의란 없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성소수자의 염원을 배신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규탄한다

 

 

지난 2월 13일,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파 기독교 교파들의 연합체이자 대표적인 성소수자 혐오세력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방문해 동성애·동성결혼을 지지하지 않는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2월 16일에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제7차포럼’에 참석해 다시금 동성결혼 법제화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한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셈이다.


이에 2월 16일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연대체·단체·개인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한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표가 참석한 해당 포럼에서 손팻말을 들고 항의행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무:대 또한 성소수자 단체로서 이러한 항의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정책에 반대하거나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유력 대선 후보들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지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정계 진출 이후 성소수자의 인권이나 관련 정책에 대해 어떤 진정성 있는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은 차별금지법이나 동성결혼 법제화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차별금지법에는 찬성하지만, 동성결혼 법제화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선 출마 의사를 표한 이들 중에는 오로지 심상정 정의당 대표만이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법제화 모두를 지지하고 있다.


정당 또한 마찬가지다. 그간 새누리당을 전신으로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수많은 정치인들이 성소수자의 인권에 반하는 언행을 보여온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주요 선거에서 성소수자의 인권과 득표율을 저울질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정의당·녹색당·노동당 같은 일부 진보정당만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의 성소수자는 이 사회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마저 침해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향한 차별과 편견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인격권은 물론이고 생존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온갖 혐오 발언이나 행동들이 난무하는 한편, 법 또한 성소수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법제화 등의 정책들은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에 국회에 상정된 뒤로 지금까지 표결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것은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이런저런 정치적인 계산에만 몰두하며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성소수자의 호소를 외면하고, 혐오 세력에 아무 비판 없이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후보들이 과연 자신들이 공언하는 대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사회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변화의 외침에 책임을 져야할 모든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율의 저울 위에 올려놓아선 안 된다.”는 2월 16일 기자회견의 내용은 완전히 정당하다.


비단 차별금지법이나 동성결혼 법제화만이 아니다. 군형법 제92조 폐지, 병역법 개정, 트랜스젠더를 위한 특별법 제정, 성별이분법에 해당되지 않는 수많은 성소수자를 위한 ‘제 3의 성’의 법제화,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한 교육, 성소수자의 재생산권의 실질적인 보장 등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많은 유력 정치인들은 고작 ‘모두의 인권을 지지하지만, 동성결혼의 법제화는 반대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이들은 정체성과 인권은 지지나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자신들이 누리는 권리를 성소수자 또한 누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성소수자는 표심을 저울질하기 위한 무게추가 아니다. 성소수자는 이 사회의 인격체이자 시민으로, 그저 아직까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의 회원을 포함한 많은 성소수자들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지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들고 다른 세상을 위해 행동했다. 우리의 요구는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수많은 약자들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들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성소수자와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외면하거나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무:대 또한 다른 성소수자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행보를 규탄한다. 우리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행동할 대통령을 원한다.

 

 

 

2017년 2월 18일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