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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애(Asexuality)

<반투명인간>에 실린 무성애 정보글

* 이 글은 무:대가 2017년 여름에 퀴어문화축제와 맞춰 낸 <반투명인간>에 실린 무성애 정보글입니다. 글의 주된 저자인 모래미님의 허락을 맡고 무:대 블로그에 올립니다.

무성애와 무성애자

 

 

모래미와 다른 많은 사람들

 

 

무성애는 아직까지 완전하게 확립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정체성이다. 실제로 무성애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다양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무성애를 다루는 다양한 담론 속에도 논쟁적인 부분이 있다. 무성애의 이러한 현재적인 특징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무성애를 둘러싸고 더욱 다양한 담론이나 이야기가 나오게 하거나, 무성애의 개념을 확장시켜 더 많은 사람들의 정체화에 유익한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성애가 무성애자가 생각하는 양상과 다르게 그 실체가 왜곡되거나 곡해될 수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동성애나 양성애나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 등 이 사회의 성적 규범에서 어긋난 다른 모든 정체성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부정적인 이유로는 무성애자가 겪고 있는 사회적인 조건 및 배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정체화 한 사람들이 매우 적어서 무성애가 사회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처럼 비교적 많이 가시화된 정체성에 비해 무성애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지금도 사회학이나 성의학(Sexology) 같이 성적 정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학계에서 무성애에 대한 연구는 그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또한 무성애는 사회 전체 혹은 퀴어 집단 내에서조차도 가시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무성애 가시화의 수준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다른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비교했을 때, 무성애자들이 서로 만나 친목을 다지거나 토론할 공간을 제공해 주거나 무성애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일체화(Unification)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도 별로 없다.


그러나 1940년대 후반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성의학자인 알프레드 킨제이(Alfred Kinsey)가 자신의 책에서 간접적으로 오늘날의 개념과 비슷한 무성애를 언급한 후부터, 지난 70여 년 간 무성애에 대한 연구는 여러 학자들의 공로로 상당히 진척되었고 그 성과도 많이 축척되었다. 또한 2000년대부터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무성애 커뮤니티1)가 활성화되어, 무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경험을 공유할 공간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본문에서는 현재 어느 정도 정리된 무성애의 개념을 소개하고, 무성애 개념이 발전한 역사적인 과정에 대해 통시적으로(Diachronically) 살펴보고자 한다.


1. 무성애의 개념

일반적으로 무성애는 “타인에게 성적끌림(Sexual attraction)을 느끼지 않는 정체성”을 말한다. 사실 무성애의 정의에 대해서는 “타인에게 성적욕망(Sexual desire)을 느끼지 않는 정체성”이라든지, “성적행위에 대한 흥미가 결여된 정체성”이라든지, “타인과 섹스를 하고 싶지 않는 욕망을 느끼는 정체성” 등을 포함해서 실제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이는 무성애자들이 자신의 ‘에이섹슈얼한’ 정체성을 언어로 표현하는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 4장인 <무성애 개념의 역사>에서 후술하겠지만, 학계에서도 무성애의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무성애의 정의는 전술한 “타인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정체성”이다. 대표적인 무성애 커뮤니티인 에이븐(AVEN, Asexual Visibility and Education Network)과 캐나다의 성의학자인 앤서니 보개트(Anthony Bogaert)가 이러한 정의가 나오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한편 무성애의 반대말은 유성애(Sexuality, 또는 Allosexuality라는 표현도 무성애 커뮤니티에서 많이 사용됨.)로, 일반적으로 성적끌림을 경험하는 정체성을 말한다. 이 글의 제1장, 2장, 3장에서는 무성애를 “타인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정체성”으로 설정하고 내용을 이어가고자 한다.

무성애를 “타인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정체성”으로 정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개념인 성적끌림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성적으로 끌리는 대상과 성적으로 접촉하거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욕구, 혹은 이러한 욕구를 끌어내는 정서적인 반응”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와 다른 정의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성적끌림이 있는 사람은 어떤 섹스나 젠더에게든 성적끌림을 느낄 수 있으며, 성적끌림은 다양한 신체적·정신적·문화적 특성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의 성지향성은 성적끌림의 정도에 따라 크게 3가지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성적끌림이 없는 무성애, 성적끌림이 있지만 강도나 빈도가 낮은 회색무성애(Gray-asexuality), 성적끌림이 있는 유성애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앤서니 보개트는 무성애가 “특정한 타인이나 사물에게 자신의 성적욕망을 향하게 하지 않는 정체성”이라고도 정의했다.


'Asexuality'라는 단어는 '...가 없는' 혹은 '...가 아닌'이라는 뜻을 갖는 라틴어 계통의 접두사 ‘A-’와, 특히 '성애’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Sexuality’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단어다. 이 글의 제 4장인 <무성애 개념의 역사>에서도 나오지만, 원래 이 단어는 무성애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무성생식(Asexual reproduction)을 의미하는 학술적인 용어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Asexuality’가 무성애도 뜻하게 되었다. 한편 한자문화권인 한국·일본·중국에서는 ‘Asexuality’의 ‘A’를 ‘없을 무(無)’ 자가 아닌 ‘아닐 비(非)’ 자로 번역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 때 한국에서도 ‘Asexuality’를 ‘비성애’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로맨틱끌림을 느끼지 않는 무로맨틱 무성애(Aromantic asexuality)를 ‘무성애’로,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로맨틱 무성애(Romantic asexuality)를 ‘비성애’로 구분하는 특이한 용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6년 현재는 일본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Asexuality’를 ‘무성애’로 번역하는 경향이 우세하다.2) 또한 후술하겠지만 영어 단어 ‘Asexuality’의 한국어 번역어인 ‘무성애’ 특유의 본질주의적(Essentialistic)인 관점 때문에 다른 대체 번역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2. 무성애자 스펙트럼(Asexual spectrum, Ace umbrella)

무성애자는 크게 성적끌림을 느끼는 정도와 로맨틱지향성의 양상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으며, 성적끌림을 느끼는 양상에 따라서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할 수 있다.

 

○ 성적끌림을 느끼는 정도에 따른 분류
- 무성애자(Asexual):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
- 회색무성애자(Gray-asexual, Gray-A): 무성애와 유성애 사이의 성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성적끌림이 약하거나 적은 사람. 회색무성애자로는 평소에는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지만 드물게 성적끌림을 느끼는 사람이나, 성적끌림을 느끼지만 성적충동(Sex drice)이 적은 사람이나, 제한적이고 특정한 상황에서만 성적끌림을 느끼는 사람 등 다양한 정체성이 포함된다. 회색무성애자는 "Gray-homosexual(회색동성애자)"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 자신의 회색무성애와, 자신이 성적끌림 혹은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젠더를 함께 언급하기도 한다.

 

○ 로맨틱지향성에 따른 분류
무성애자는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대신, 로맨틱끌림을 느낄 수 있다. 로맨틱끌림이란 “끌린 상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로 연결되는 정서적 반응”이다. 그래서 로맨틱끌림의 분류에 따라서 무성애자를 분류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분류로는 로맨틱끌림을 느끼지 않는 무로맨틱 무성애자(Aromantic asexual),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로맨틱 무성애자(Romantic asexual)가 있다. 또한 로맨틱 무성애자도 로맨틱끌림이 향하는 성 혹은 젠더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다.
- 이성로맨틱 무성애자(Heteroromantic asexual) : 자신과 다른 젠더인 사람에게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무성애자.
- 동성로맨틱 무성애자(Homoromantic asexual) : 자신과 같은 젠더인 사람에게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무성애자.
- 양성로맨틱 무성애자(Biromantic asexual) : 자신과 같은 젠더, 자신과 다른 젠더 양쪽에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무성애자.
- 범성로맨틱 무성애자(Panromantic asexual) : 젠더에 관계없이, 혹은 모든 젠더에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무성애자.
- 다성로맨틱 무성애자(Polyromantic asexual): 자신과 같은 젠더, 자신과 반대인 젠더를 포함한 여러 젠더에게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무성애자. 최근 양성애 개념에 다성애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따라서 기존에 다성로맨틱으로 정체화했던 이들이 자신을 양성로맨틱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생겼다.
- 젠더퀴어 무성애자: 앞선 로맨틱 무성애자에 대한 설명들은 젠더이분법적(Gender-binary)인 성향을 포함하고 있는 반면에, 젠더퀴어 무성애자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 어느 쪽에도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젠더퀴어 무성애자의 로맨틱지향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젠더퀴어가 자신의 성지향성을 남성애(Andro-sexuality) 혹은 여성애(Gyne-sexuality) 등으로 표현하듯이, 젠더퀴어 무성애자들도 자신의 로맨틱지향성을 남성로맨틱(Andro-romantic) 혹은 여성로맨틱(Gyne-romantic)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 성적끌림을 느끼는 양상에 따른 분류
무성애자는 성적끌림을 느끼는 양상에 따라서 아래와 같이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위의 두 분류와 다르게 한 무성애자가 여기에 있는 꼭 하나의 분류에만 속할 필요는 없고, 동시에 여러 개의 영역에 속할 수 있다.


- 반(半)성애자(Demisexual):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낀 상대에게만 성적끌림을 느끼는 사람. 일반적으로 반(半)성애자는 회색무성애자의 범주에 속한다. 반(半)성애자는 "Demi-heterosexual(반(半)이성성애자)"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 자신의 반(半)성애와, 자신이 성적끌림 혹은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젠더를 함께 언급하기도 한다.
- 오토코리섹슈얼(Autochorisexual, Aegosexual): 특정한 대상(사람, 사물, 상황 등)에 대한 성적욕구나 성적인 판타지를 품으나, 그런 생각이 해당 대상과의 성적관계로는 이어지지 않는 사람. 2012년에 앤서니 보개트가 <무성애와 오토코리섹슈얼리즘(Asexuality and autochorissexualism)>이라는 짤막한 논문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성적끌림의 여부와 상관없는 특질(Trait)의 일종이지만, 무성애 커뮤니티 내의 오토코리섹슈얼 무성애자는 자신을 오토코리섹슈얼로 줄여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3. 무성애에 대한 몇 가지 쟁점

여기에서는 주되게 에이븐과, 앤서니 보개트와 미국의 사회학자인 크리스틴 셰러(Kristin Scherrer),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로리 브로토(Lori Brotto), 캐나다의 역사작가인 앨리자베스 애보트(Elizabeth Abbott)가 다룬 무성애 관련 이론들을 중심으로 무성애에 대한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① 무성애를 정의하는 다양한 방식

전술했듯이 무성애자들이 자신의 ‘에이섹슈얼한’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크리스틴 셰러의 2008년 논문을 보면, 자신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89명의 무성애자 중 39명은 무성애자를 “타인에게 성적끌림이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설명했지만, 다른 50명의 설명은 그렇지 않았다. 50명 중 27명은 무성애자를 “성적행위에 대한 흥미가 결여된 사람”으로 정의했는데, 이와 관련해 한 무성애자 여성은 “나는 남성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남성과 성적관계를 하거나 성적이지 않은 관계(Non-sexual activity)를 할 욕구나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 무성애자의 경우에는 무성애나 성적끌림을 정의하는 방식이 에이븐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른 무성애자의 설명도 다양한 양상을 띠었다. 무엇이 “성적행위”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 행동인지 구분하는 양상도 다양했는데, 어떤 무성애자는 자위를 성적관계와 연결되는 성적행위라고 본 반면에, 다른 무성애자는 자위를 긴장(Stress)을 해소하기 위한 신체적인 활동이라고 보았다. 다만 대다수의 무성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선천적인(Naturally) 특질로 생각했다.


에이븐이 비록 무성애를 “타인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정체성”으로 정의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의를 일반화하여 강요하거나 무성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에이븐은 누가 무성애자이고 그렇지 않은지를 나누는 테스트나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에 에이븐은 무성애자는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정체화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단지 이들은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체계(Framework)인 성애(Sexuality)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비정체화(Disidentification)”했다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무성애라는 개념은 이런 사람들의 정체화에 도움을 주는 “라벨(Label)”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에이븐은 무성애자가 자신의 ‘에이섹슈얼한’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며, 단지 에이븐은 무성애를 “타인에게 성적끌림이 없는 정체성”이라고 정의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② 성적욕구와 성적끌림의 관계

에이븐이 만든 무성애 모델의 핵심 중 하나는 성적욕구(Sexual desire)와 성적끌림을 분리한다는 점이다. 성적욕구는 “성적 대상이나 활동에 대한 관심 또는 성적 대상을 찾거나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바람·욕구·충동 등 주관적, 심리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즉 성적욕구의 정의에는 전술한 의미의 성적끌림이 하위 범주로 들어간다. 여기서 에이븐의 무성애 모델은 성적욕구와 성적끌림을 같은 영역의 다른 층위로 분리시켜, 무성애자가 성적욕구를 가질 수 있으나 성적끌림은 없거나 적다고 파악한다. 실제로 성적인 대상에 관심이 있거나, 성적인 판타지를 상상하거나, 육체적인 필요에 따라 자위행위를 하는 무성애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무성애자들이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없거나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만 다른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린다는 점에서는 에이븐의 무성애 모델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사람이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정체화하는 데에 성적욕구의 유무는 정확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

 

③ 무성애자와 성적관계(Sexual intercourse)

성적끌림이 약하거나 적은 회색무성애자나,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낀 상대에게만 성적끌림을 느끼는 반(半)성애자는 종종 타인과 성적끌림에 의거한 성적관계를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성적끌림이 없는데도 타인과의 성적관계에 참여하는 무성애자도 있다. 이러한 무성애자는 유성애자인 파트너를 성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해서, 성적관계가 파트너 간에 불러일으키는 로맨틱한 분위기에 주목해서, 성적관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아이를 낳기 위해서, 또는 자신이나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정상’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타인과 성적관계를 가진다.


또한 타인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타인과 성적관계를 가지는 무성애자도 있다. 성적끌림과, 성적관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육체적인 쾌감(Physical pleasure) 혹은 육체적인 친밀감(Physical intimacy)은 별개라고 인식하는 무성애자들이 그렇다. 이처럼 어떤 사람이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정체화하는 데에 성적관계의 유무는 정확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

 

④ 무성애와 독신주의(Celibacy)​)3 혹은 금욕주의(Abstinence), 그리고 반(反)성애주의(Anti-sexuality)

무성애는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종교적 혹은 정치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Valunrary) 실천하는 독신주의 혹은 금욕주의와는 다르다. 독신주의나 금욕주의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실천이자 가치관이지만, 무성애는 성지향성(Sexual orientation)이며 선택에 의해 바뀌기 쉽지 않은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대칭되거나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다. 무성애자 중에서도 얼마든지 독신주의자나 금욕주의자가 있으며, 그렇지 않은 무성애자도 있다. 전술했듯이 다양한 이유로 자위행위를 하거나 타인과의 성적관계에 참여하는 무성애자도 있다. 이런 현상은 유성애자가 얼마든지 독신주의나 금욕주의를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무성애는 성애나 성적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나 피해야 한다고 여기는 신념인 반(反)성애주의와도 다르다. 


하지만 무성애자이면서 반(反)성애주의자인 사람은 적잖게 존재하며, 몇몇 무성애자는 무성애를 반(反)성애주의와 일치시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결코 주류적이지는 않다.
 

한편 후술하겠지만 무성애와 여성주의를 정치적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일부 여성주의 학자들은 무성애와 독신주의·금욕주의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면 무성애가 가질 수 있는 여성주의적인 정치적 함의를 은폐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제안 또한 주류적인 것은 아니다.

 

⑤ 무성애는 질환인가?

무성애자로 정체화하는 사람들 중에는 호르몬 대사를 비롯한 여러 성 관련 신체기능에 문제가 없으며,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 대해 어떤 불편함이나 치료의 필요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현존하는 성욕장애에 대한 치료 방식을 적용해 보았으나 성적끌림을 느끼게 되지 않았고 고통스럽기만 했다는 이들의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선술한 독신주의나 금욕주의와 마찬가지로, 무성애자이면서 동시에 성욕관련 질환을 가진 사람은 존재할 수 있으나 무성애 자체를 질환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정신질환 진단에 널리 쓰이는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의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은 오랫동안 무성애를 질환으로 규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구체적으로는 DSM-IV-TR까지 있었던 ‘저활동성성욕장애(HSDD, 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 항목이 문제가 되었다. 먼저 이 장애의 진단 기준 중 하나로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무성애자가 무성애자로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문제를 느낀다는 이유로 HSDD로 진단받을 소지가 있었다. 또한 "일생 동안 지속되는 범저활동성성욕장애"에 대한 서술은 사람들이 무성애에 대해 흔히 말하는 것과 매우 흡사했다. 이러한 진단 기준으로 인해 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는 무성애자가 불필요한 진단을 받고 효과 없는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에이븐을 비롯한 무성애 커뮤니티와 몇몇 학자들은 지속적으로 해당 항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앤서니 보개트는 저활동성성욕장애와 무성애의 차이로 무성애자의 성적끌림의 부재는 많은 경우 일생 동안 지속되며 무성애자가 그로 인해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한편 로리 브로토와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모랙 율(Morag Yule)은 무성애자가 무성애 자체보다는 무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무성애를 엄연한 지향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성적 파트너 때문에 불편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파트너의 강압 등에 의해 치료를 원하는 무성애자의 경우 무성애를 약물이나 성적 기술의 연습 등으로 ‘치료’하려 들기보다 관계상담(Relationship therapy)을 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개정된 DSM-5에서는 HSDD 대신 신설된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와 ‘남성저활동성성욕장애’ 항목에 무성애를 예외로 두는 설명을 덧붙였다. 구체적인 서술은 다음과 같다. "일생을 두고 지속되는 성적욕구의 부재를 당사자의 “무성애자”라는 자기정체화에 의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의 진단은 내려지지 않는다.", "해당 남성의 낮은 욕구를 무성애자로서의 자기정체화에 의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남성저활동성성욕장애의 진단은 내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및 관련 건강 문제의 국제 통계 분류(ICD)》 10판(ICD-10)은 여전히 HSDD를 포함하고 있다.

 

 

DSM-5
앤서니 보개트 ⓒ Brook University

 

로리 브로토

 

 

⑥ 무성애 혹은 무성애자와 다른 성소수자와의 상관관계

많은 무성애자가 자신을 성소수자(퀴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상당한 무성애자가 무성애 커뮤니티만이 아닌 다른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무성애자는 성소수자의 ‘지지자(Ally)’로 머무르거나, 확실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그런 개념에 반대하고 자신은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이는 에이븐과, 무성애 커뮤니티 중 하나인 AAW(Asexual Awareness Week)에서 무성애자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통계 조사에서도 드러나는 점이다.

한편 다른 성소수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무성애 혹은 무성애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무성애자가 아닌 어떤 성소수자는 무성애자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인정한다. 반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거나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도 한다. 이들은 무성애자가 성적으로 억압되었다든가, 성적으로 미숙하다든가, 장애라든가, 그런 정체성이 진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한다. 미국의 성소수자 운동가인 댄 새비지(Dan Savage)는 무성애자들이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성적충동이나 성적욕망이 없다는 점을 섹슈얼리티의 일부로 끌어오는 것은 기괴하다...무성애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거리를 행진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해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사실들과 관련해 에이븐에서는 2014년 무성애 커뮤니티 통계를 분석하면서 “이런 비우호적 분위기 때문에 여러 무성애자들이 LGBTQ+(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함께하기를 피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⑦ 무성애와 종교

서구권 국가나 한국과 같이 기독교의 윤리관이 사회의 중요한 규범 중 하나인 지역에서, 무성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종종 기독교인들의 윤리관과 충돌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떤 기독교인은 무성애가 하나님(여호와)이 원하거나 허락하지 않는 정체성이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뜻이라며 무성애자에게 연애나 결혼을 강요하는 기독교인도 있다. 심한 경우 기독교인의 강요에 의해 기독교적인 방식의 “전환치료”를 강제로 받는 무성애자의 사례도 존재한다.

그런데 정작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은 이와 다른 말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성인인 성 파울루스(사도 바울)가 직접 쓴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고린도전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마다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은총의 선물이 각각 다르므로 이 사람은 이렇게 살고 저 사람은 저렇게 삽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 과부들에게는 나처럼 그대로 독신으로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4) (7:6-9) 한편 예수 그리스도는 4개의 복음서에서 기독교인이 “음행(음란)”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출산과 관련이 없는 성적행위와 혼전 성관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금욕주의적인 가치관을 지향했다. 예를 들어 『가톨릭교리서』 2348-2356절은 신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출산과 관계가 없는 성적행위를 아주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몇몇 기독교인이 무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생각은 기독교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개인적인 편견에 따른 생각일 수 있다.

물론 이 구절은 기독교 특유의 금욕주의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이거나 혐오적인 태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종교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불교는 신자들에게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하기 위해 성욕을 억제하라고 주문하고 있고, 이는 『반야심경』이나 『법구경』 같은 불교의 주요한 경전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따라서 불교는 무성애와 상충되는 여지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슬람은 주요한 경전인 『꾸란』과 『하디스』에서 신자들에게 “남녀의 결혼”과 “부부의 성적관계”를 주문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종교적 윤리관은 무성애자의 정체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4. 무성애 개념의 역사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학문적인 목표의 성취, 영성적인 삶, 특정한 종교에서 요구하는 금욕적인 교리, 반(反)성애주의적인 사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발적으로 성적욕구를 억제하거나 성생활을 자제한 사람들은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성애자면서 독신주의자 혹은 금욕주의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정말로 타인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못하거나 성적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등, 현대의 무성애의 개념에 부합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앤서니 보개트는 그의 책 <Understanding asexuality(국판 『무성애를 말하다』)>의 제2장 <역사(History)> 파트에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 폴 에르되쉬(Paul Erdos) 등 역사적인 기록을 따져봤을 때 무성애자였다고 추측할 수 있는 인물들을 나열하기도 했다. 몇몇 무성애자는 글렌 굴드(Glenn Gould)나 에드워드 고리(Edward Gorey) 같은 실존인물이나,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이 창조한 유명한 캐릭터인 셜록 홈즈(Sherlock Holmes)가 무성애자였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추측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5

한편 독일의 선구적인 성의학자이자 초기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전개했던 활동가인 마그누스 히르쉬펠트(Magnus Hirschfeld)는 자신의 책 《성의 병리학(Sexualpathologie, 1910)》과 《트랜스베스타잇(Die Transvestiten, 1916)》에서 오늘날의 무성애 개념 또는 무성애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유사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설명했다. 《트랜스베스타잇》에는 타고난 성별은 남자지만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여성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는 성적관계는 물론이고 “성적욕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했다. 히르쉬펠트는 이를 두고 “불감증(Sexual anesthesia)”이라고 칭했다. 한편 <성의 병리학>에는 여성과 성적관계를 하지 않는 자기성애자 남성, 일생 동안 여성에 대해 어떠한 성적욕구도 느끼지 않은 이성애자 남성, 자신이 성적욕구가 없다고 하는 여성들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히르쉬펠트는 이런 사람들을 병리학적인 관점에서 다루었다. 히르쉬펠트의 책에 나온 사람들이 오늘날의 무성애의 개념에 부합하는 사람들이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무성애를 칭하는 영어 단어 Asexuality는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오랜 기간 동안 무성애나 무성애자를 일컫는 말이 아니었다. 원래 이 단어는 생물학에서 민달팽이나 지렁이 같은 자웅동체 생물들의 무성생식(Asexual reproduction)이나, 식물학에서 생식세포의 결합 없이 생식을 하는 식물들을 일컫는 말이고, 지금도 그런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이 단어는 전혀 대중적이지 않고 현재의 무성애 개념과 다른 학술 용어에 불과했다. 또한 독일의 성의학자인 리하르트 크라프트 어빙(Richard von Krafft-Ebing)은 1886년에 낸 책인 《성적 정신병질(Psychopathia sexualis)》에서 영어의 Asexuality와 대응되는 독일어 단어 ‘Asexualität’를 동물이 유년기 때 생식샘을 잃어 신체적·정신적인 성적 특징의 발달이 저해되는 현상을 일컫는 데 사용했다. 한편 여성 인권이 전반적으로 낮았던 상황에서, 성적인 것에 관심이 적다는 것은 남성과 대비되는 여성의 ‘특이한(당시의 관점에서는 남성보다 ‘열등한’)’ 신체적·성적 행동양식이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범죄인류학의 선구자인 체자레 롬브로조(Cesare Lombroso)와 기예르모 페레로(Guglielmo Ferrero)는 성적욕망이 적다는 것을 감각적 능력이 떨어지는 “둔한 여성”이 보이는 증상 중 하나로 꼽았다.

오늘날 통용되는 무성애에 해당하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성의학자인 알프레드 킨제이이며, 이 개념은 그가 인간의 성생활과 성적관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서술한 유명한 보고서인 일명 ‘킨제이 보고서(Kinsey report)’에 처음 등장한다. 킨제이는 1948년에 낸 《남성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과 1953년에 낸 《여성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에서 인간의 성지향성을 0부터 6으로 분류하는 ‘킨제이 척도(Kinsey scale)’를 제시했다. 킨제이 척도에서 0은 “완전한 이성애(Exclusively heterosexual)”이며, 1~5는 부분적으로 이성애자이거나 부분적으로 동성애자인 사람들이며, 6은 “완전한 동성애(Exclusively homosexual)”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0에서 6 사이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적으로 성적인 관계나 반응이 없는 사람들”을 “X군(Categoty X)”이라는 분류군으로 포함시켰다. 그는 “X군”에 대해 추가적으로 “이성애적 혹은 동성애적 자극에 성애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으며, 이성 혹은 동성 개개인과 분명한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비록 킨제이가 자신의 책에서 무성애를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X군”은 무성애와 무성애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드러낸 학술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킨제이 레포트

 

미국의 작가인 마이라 존슨(Myra Johnson)은 1977년 《성적 억압(The Sexually oppressed)》이라는 책에 낸 글인 <무성애자와 자기성애자 여성: 두 개의 비가시화된 집단들(Asexual and autoerotic women: two invisible groups)>에서 ‘Asexual’을 무성애자를 의미하는 데 사용했다. 존슨은 무성애와 자기성애를 구분하여 무성애자는 성적욕구가 완전히 없는 사람이고, 자기성애자는 성적욕구가 있지만 자위행위를 통해 성적욕구를 충족하며 다른 사람과의 성적관계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그는 이 글에서 몇 가지 중요한 논점을 부각시켰다. 우선 존슨은 무성애자·자기성애자 여성이 종교적인 금욕이나 의학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가치관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으며, 사회의 성적 규범에서 벗어난 다른 정체성은 병리적인 문제로 취급되지만 그 와중에 무성애자·자기성애자 여성들은 아예 가시화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6) 그리고 사회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러한 여성들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부정하거나, 금욕주의자 혹은 독신주의자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60년대부터 서구 사회에서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여성운동과 성해방운동이 여성의 성적욕구를 찬양하면서 무성애자·자기성애자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무성애자·자기성애자 여성이 남성과 성적관계를 갖지 않는 점을 가부장제에 대한 정치적인 표현으로 인식하는 등 이들의 실체를 가리는 잘못된 인식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이클 스톰스(Michael Storms)는 1979년과 1980년에 걸쳐 <성지향성과 자기인식(Sexual orientation and self-perception)>과 <성지향성에 대한 이론들(Theories of sexual orientation)>이라는 두 편의 논문에서 1차원적인 킨제이 척도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며 양극적 차원(Bipolar dimension)의 2차원적인 성지향성 지도를 제시했다. 오늘날 이 지도는 ‘스톰스 모델(Storms‘ model)’이라고 불린다. 스톰스는 X축을 “이성에 대한 성애(Hetero-eroticism)”라고 하고 Y축을 “동성에 대한 성애(Homo-eroticism)”라고 한 다음, 지도의 면을 4개로 나눠 각각을 동성애·이성애·양성애에 부여하고 나머지 1칸을 동성과 이성 어느 누구에게도 성애를 느끼지 않는 무성애에 부여했다. 그는 이에 근거해 무성애를 "제 4의 성(The forth category of sexual orientation)"이라고 명명했다. 스톰스 모델은 2차원적인 지도를 통해 무성애가 동성애와 양성애 같은 성지향성과 같은 맥락에서 존재한다는 점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성지향성과 로맨틱지향성(Romantic orientation)을 분리하지는 않았으며, 양성애를 단순한 ‘동성애와 이성애의 합’으로 정의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마이클 스톰스의 성지향성 지도 ⓒ Michael Storms (마이클 스톰스의 논문 <Sexual orientation and self-perception>에 올라 간 원본 그림이며, <반투명인간> 책에는 책의 디자인을 맡으셨던 분이 수정한 수정본이 올라 갔습니다.)

 

1983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폴라 너리우스(Paula Nurius)는 <성지향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Mental health implications of sexual orientation)>이라는 논문을 냈는데, 이 논문은 최초로 무성애를 실증적인(Empirical) 연구 방식을 통해 다루었다. 그는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서 약 689명의 대학생을 선별한 다음, 마이클 스톰스의 성지향성 지도에 따른 다양한 설문 조사와 의학적인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그는 전체 대상자 중 남성의 5%와 여성의 10%가 어느 누구에게도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너리우스는 이들을 ‘무성애자’라고 칭했다. 또한 너리우스는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판단한 대상자들의 심리와 성적 행동양식을 분석하기도 했는데, 그에 따르면 무성애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성적관계와 자위행위를 포함한 성적행동의 빈도와 욕망의 정도가 상당히 낮았다. 물론 이러한 분석 결과를 현재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정체화 한 사람들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1990년대 들어 진행된 성에 대한 다양한 통계 조사에서 무성애가 가시화되기도 했다. 가장 최초의 사례는 영국에서 매 10년을 주기로 실시되고 있는 ‘국가 성적태도 및 생활양식 조사(National Survey of Sexual Attitudes and Lifestyles, NATSAL)’의 1990년~1991년 조사(NATSAL-I)이다. 이 통계 조사에는 16세~59세 사이의 영국인 18,876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지향성을 묻는 표본 조사가 있는데, 그 중 약 1.05%인 195명이 자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성적끌림을 느껴보지 않았다.”라는 선택지에 표시했다. 앤서니 보개트가 이 결과를 인용해 낸 논문이 권위를 얻으면서, ‘전체 인구 중 무성애자는 1%’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1999년~2001년 조사(NATSAL-II)는 16세~44세 사이의 영국인 11,16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같은 선택지에 표시한 인구 수가 0.5%인 52명으로 나타났다. 앤서니 보개트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표본의 연령 변수도 있을 뿐더러, 시간이 지나 사회가 성적으로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게이나 레즈비언 등의 선택지에 스스럼없이 표시했으며, NATSAL-I에 비해 NATSAL-II는 농촌 지역보다 성적으로 더 자유로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 놓았다.

무성애에 대해 중요한 연구를 진척시킨 공로자 중 하나로 앤서니 보개트를 꼽을 수 있다. 그가 2004년과 2006년에 낸 논문 두 편과 2015년에 낸 근간 논문 한 편은 무성애 연구에 있어 권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7) 이 세 논문에서 그는 무성애와 관련 개념을 정리하는 한편, 무성애와 질환과의 상관관계나 무성애와 독신주의 혹은 금욕주의의 상관관계를 성의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성의학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에서 무성애가 중요성을 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앤서니 보개트는 무성애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Understanding Asexuality(국판 『무성애를 말하다』)>라는 저서를 냈는데, 이는 무성애를 주된 주제로 다룬 첫 대중서이다. 현재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2010년 미국의 사회학자인 어맨다 봄(Amanda Baumle)과 더들리 포스턴(Dudley L. Poston, Jr.)은 <미국의 무성애의 양상(Patterns of asexuality in the united states)>이라는 논문을 냈다. 이 논문은 2002년~2003년에 미국에서 실시된 ‘국가 가족 성장 조사(National Survey of Family Growth, NSFG)’의 통계 조사 수치를 무성애를 주제로 분석했는데, 이 통계 조사는 15세~44세 사이의 미국인 12,5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봄과 포스턴은 해당 통계 조사를 성적 행동양식(Sexual Behavior)·정체성(Identity)·성적욕망(Sexual Desire)이라는 3개의 지표를 중심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각각 지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남성 중 0.7%~6.1% 사이와 여성 중 0.8%~4.8% 사이를 무성애자라고 할 수 있다.

앤서니 보개트는 『무성애를 말하다』에서 위와 같은 다양한 통계 결과들을 언급하면서, 많은 무성애자들이 성적 담론에 별로 관심이 없어 이러한 통계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선 여러 조사에서 무성애자의 인구에 관한 수치들이 실제보다 낮게 나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무성애가 학계에서 어느 정도 주목을 받게 되면서, 무성애자를 미시적으로 다루는 연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7년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니콜 프로스(Nicole Prause)와 영국의 임상심리학자인 신시아 그레이엄(Cynthia Graham)이 낸 논문인 <무성애: 분류와 특징(Asexuality: classification and characterization)>이 해당 분야의 선구적인 글로 꼽힌다. 이후로도 앤서니 보개트, 로리 브로토, 크리스틴 셰러,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보리스 고잘카(Boris Gorzalka) 등이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무성애와 무성애자의 개념을 정리하거나, 무성애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설명하면서 이를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무성애자가 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이 드러내는 특징이나, 성적관계나 성적담론에서 무성애자가 보이는 행동양식 등을 찾아내고 일반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각 연구의 결과는 연구자의 성향, 가치관, 학문적인 기반이나 영역에 따라 다양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연구는 에이븐 같은 무성애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주로 이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성애자들이 연구 참가자로 지원하도록 홍보하는 식이다.


엘라 쥐빌로우(Ela Przybylo), 칼리 세런코프스키(Karli Cerankowski), 메건 밀크스(Megan Milks), 안나 쿠로위카(Anna Kurowicka) 등의 여성주의 학자들은 여성주의와 무성애를 정치적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여성주의에서 무성애 담론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와, 무성애가 여성주의 담론을 더 풍부하게 해 주는 이유를 설명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주의가 성정치(Sexual politics)의 일환으로 유성애중심적인 사고 하에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욕구와 성적행위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성애는 이러한 담론에 유의미한 비판을 제기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밀크스는 여성주의 일각의 섹스긍정주의 운동(Sex-positive movement)이 ‘Sex-positive’와 ‘Sex-negative(혹은 ‘억압된(Repressed)’)’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머물지 말고 무성애 담론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편 쥐빌로우는 한 논문에서 캐나다에 거주하는 무성애자 남성들이 성적 문화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들은 다른 성지향성과 마찬가지로 무성애 또한 ‘본질주의적(Essentialistic)’인 관점이 아니라 ‘사회구성주의적(Social-constructionist)’인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8 따라서 이들은 ‘Asexuality’라는 개념9) 을 특정한 개념으로 정의된 정체성으로 보는 대신 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인식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세런코프스키는 헤게모니 남성성(Hegemonic masculinities)과 유성애중심적(Sexual imperative)인 사고와 이성애중심주의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정치적으로 ‘Asexuality’를 의식적으로 실천하면 이러한 사회를 해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여성주의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제안하고 있다. 쥐빌로우는 무성애의 정체성 정치와 가시화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에이븐의 활동이 “반동적(Reactive)이고 고립적이며, ‘부족’이나 ‘부재’나 ‘없음’을 단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비판을 제기하는 한편, ‘Asexuality’를 기존의 사회를 전복시킬 수 있는 다원적인 정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앞서 나온 바와 같이 현재의 무성애 개념과 독신주의 혹은 금욕주의 간의 경계를 해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주류적이지는 않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 인터넷 통신이 발전하자, 본격적으로 무성애를 다루는 커뮤니티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초기의 무성애자 커뮤니티 중 하나는 2000년에 온라인 포털 사이트인 야후!(Yahoo!)에서 만들어진 ‘인간 아메바를 위한 안식처(Haven for the Human Amoeba)’이다. 에이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커뮤니티에서는 따르면 반(反)성애주의자(혹은 반(反)성애주의적인 무성애자)와, 무성애를 성적끌림과 성적흥분과 로맨틱에 대한 욕구(Romantic desire)가 총체적으로 없는 정체성으로 엄격하게 정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한편 2002년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라이브저널(Livejournal)에서 ‘에이섹슈얼 커뮤니티(The Asexual Community)’라는 무성애 커뮤니티가 생겼다. 이 커뮤니티는 섹스긍정주의(Sex-positive)적인 가치관을 표방하고, 설립 초기부터 에이븐과 제휴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이 두 커뮤니티는 현재도 존재하고 있으나, 활동량은 그리 많지 않다.

2001년 미국인이자 대학생이었던 데이비드 제이(David Jay)가 에이븐을 설립했다. 에이븐에 따르면 에이븐의 목표는 “무성애에 대한 대중적인 인정(Acceptance)과 토론을 형성하고, 무성애자 커뮤니티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에이븐에서는 어떠한 기준을 내세워 무성애자와 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을 구분하기보다, ‘섹스가 지배적인 문화인 사회’에서 무성애라는 개념이 정체화의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기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에이븐은 국제적으로 무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재고와 개선, 무성애자 커뮤니티의 성장, 무성애자들의 모임 주선, 무성애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나 출판의 지원 등을 실천하고 있다. 에이븐이 추진하는 가장 큰 사업 중 하나는 국제 무성애 컨퍼런스(International Asexuality Conference)로, 가장 최근인 2014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약 250명의 사람들이 모여 무성애를 주제로 발표나 토론을 진행했다. 현재 에이븐의 회원 수는 약 7만 명이며,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지역 무성애자 모임을 열고 있다. 그 밖에도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무성애자들이 지역 모임을 열거나, 각국에서 개최되는 성소수자들의 프라이드 행사에 무성애를 주제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9년 처음으로 ‘고독한 승냥이(현 ‘A community, 승냥이 카페’)’라는 무성애자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2017년 현재 여기는 무성애자나 무성애자 퀘스처너리만 가입할 수 있으며 회원 수는 약 1100명10)이다. 또 스레딕의 무성애판을 포함해 다른 작은 무성애 커뮤니티가 존재한다.11) 한편 2015년 10월 몇몇 무성애자들이 한국에서의 무성애 가시화를 목표로 하는 ‘에이로그팀(A-log Team)’을 세운 후, 2016년에 무성애를 다루는 독립출판물을 내고 퀴어퍼레이드에도 참가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현재 ‘에이로그팀’은 이름을 ‘무:대(Acetage)’로 바꾸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밖에 한국의 몇몇 무성애자들이 무성애나 무성애자를 다룬 한국어 자료를 내면서 무성애 가시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약하게나마 무성애 가시화 활동이 점진적으로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퍼레이드에 참가한 AVEN 회원들 ⓒ David Jay
에이로그팀 퀴어문화축제 부스 ⓒ 회원A


* 각주 1: 무성애가 주제인 커뮤니티에 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이 있는 경우도 다수 있으므로 ‘무성애자 커뮤니티’가 아닌 ‘무성애 커뮤니티’로 표기한다.

 

* 각주 2: 중국에서는 ‘Asexuality’를 ‘무성연(无性恋)’으로 번역한다.

 

* 각주 3: 영어 단어 ‘Celibacy’는 특정한 이유로 인해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하지 않거나, 결혼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Celibacy’는 ‘비성관계주의’로 풀이할 수도 있다.

 

* 각주 4: 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성서』 인용.

 

* 각주 5: 무성애가 가시화되면서 유명인 중에도 자신을 무성애자로 정체화하는 인물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맨부커상을 수상받은 《태초의 사람들(The Bone People)》의 저자인 뉴질랜드의 작가 케리 흄(Keri Hulme)이 있다. 케리 흄은 뉴질랜드 헤럴드(The New Zealand Herald)에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케리 흄 ⓒ Allied Press

 

* 각주 6: 1977년 당시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 등 사회의 ‘정상적인’ 성적 규범성에서 벗어난 정체성들은 질환으로 취급되었다.

 

* 각주 7: 여기서 말하는 ‘권위’란 논문 내용의 정확성이나 풍부함보다는, 무성애를 처음으로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검토하고 그 개념과 담론을 정리한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 각주 8: 섹슈얼리티에 대한 본질주의적 관점은 한 사람의 성지향성이 생물학적인 요인에 따라 선천적(Inborn)이고 생득적인 기질에 영향을 받아 확립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에,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은 젠더와 마찬가지로 섹슈얼리티 또한 사회적으로 조성되고 구성되므로 섹슈얼리티를 특정한 정체성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 각주 9: 여기서 이렇게 표기하는 이유는 ‘무성애’라는 한국어 단어가 영어 단어 Asexuality를 본질주의적 관점으로 파악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사회구성주의적인 관점으로 보면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각주 10 (추가): 2017년 10월 29일 현재 승냥이카페의 회원 수는 1,256명입니다.

 

* 각주 11 (추가): 현재 승냥이카페와 별개로 에이스그래피( http://cafe.naver.com/acegraphy/ )라는 무성애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무성애 커뮤니티, 에이스그래피 ACE... : 네이버 카페

무성애 커뮤니티, 에이스그래피 입니다. 무성애자, 퀘스처너리, 퀴어, 앨라이 모두 가입할 수 있습니다.

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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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성애와 무성애자>의 참고문헌은 https://acetage.com/39 에 올려져 있습니다.

 

* <무성애와 무성애자>에 잘못된 내용이 있을 경우에는 무:대 블로그에 정정 공지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2017.10.29 저자 추가 - 이 글은 지속적으로 질문, 피드백,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해 질문이나 피드백이나 비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올려주세요. 무:대나 저자 차원에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