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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애와 비성관계: 그래서 뭐가 다른데?
Posted on September 14, 2011
원문링크: http://www.asexualityarchive.com/asexuality-and-celibacy-whats-the-difference/
번역: 이평과
검수: 뚜벅쵸
※ 역주: 이 글에서 Celibacy, Celibate 등의 표현은 비성관계 혹은 그와 흡사한 표현으로 번역하였으며, Abstinence, Abstinent 등의 표현은 금욕주의 혹은 그와 흡사한 표현으로 번역하였습니다.
Q. 저에게 꽤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은 친구가 있습니다. 이것이 그 친구가 무성애자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A. 아뇨.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사람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입니다.
Q. “무성애”라는 단어는 성관계를 하기 싫다는 말을 특별하게 말하는 표현이 아닌가요?
A. 전혀 아닙니다. 비성관계와 무성애는 두 개의 다른 개념을 말합니다. 금욕주의는 성관계를 하지 않는 사람을 묘사합니다. 반면에 무성애는 성적끌림(Sexual Attraction)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묘사합니다.
Q. 저는 아직도 그 두 개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어요. 결국 둘 다 어떤 사람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성애는 지향성을 가리키지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이성애자는 자신과 다른 성별에 끌리고, 동성애자는 자신과 같은 성별에 끌리고, 무성애자는 그 어느 성별에도 끌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성적으로 끌리지 않더라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무성애자이면서 성관계를 갖기도 하죠. 어떤 조직에서 특정 인물을 내보내는 것과는 다릅니다.
Q. 그래서, 그 두 개가 어떻게 다른데요?
A. 여기 보기 좋은 표를 준비했습니다.
- 비성관계(Celibacy): 특정한 이유로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경우(“나는 ~때문에 성관계를 하지 않아.”)
- 금욕주의(Abstinence): 특정한 이유로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택한 경우(“나는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성관계를 하지 않아.”)
- 무성애: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경우(“성관계? 그게 뭔데? 나한테 그 케이크 좀 줘봐.” )
많은 사람들이 “비성관계는 선택에 의한 것이고 무성애는 그렇지 않다.” 같은 말로 무성애와 비성관계의 차이를 설명하려 합니다. 저는 그런 식의 차별화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선, 그런 차별화는 비성관계와 무성애를 하나는 자발적인 것이고 다른 것은 자발적이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여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것은 맞지 않습니다. 비성관계는 단순히 행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에 반해 무성애는 지향성을 묘사하지 행위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무성애자라고 하면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지만 성관계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성관계를 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무성애자라 할지라도 하루에 몇 번씩 성관계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비성관계가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말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비성관계인 사람은 성관계를 갖지 않지만 그 이유가 반드시 그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 때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구치소에 구금되어 있거나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있거나 하여 함께 성관계를 할 상대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은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환경으로 인한 결과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바로 그 상황에서 성관계 파트너가 없어서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성관계를 하고 싶어하고 가능하다면 성관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뿐입니다. (몇몇 경우에는 사람들이 “강제 금욕(Involuntarily Celibate)” 또는 “동정(Incel)”이란 표현을 자기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비성관계가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그런 사람들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금욕주의는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Q. 이제는 헷갈리네요. 그렇다면 무성애자는 비성관계를 추구하거나 금욕적일 수 없다는 건가요?
A.아뇨. 무성애와 비성관계는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는 한 개인에게 겹칠 수는 있습니다. 많은 무성애자는 비성관계자이고 그중 몇은 금욕주의자일 수 있습니다. 위에 있는 비성관계의 정의에서 시작해 보면 비성관계자인 사람은 “나는 무성애자이고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아서 성관계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성관계를 하지 않아.”라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성애자는 비성관계자일 수도 있지만 비성관계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무성애자는 금욕주의자일 수 있지만 금욕주의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의에 따르면 금욕주의 상태에 있는 사람은 비성관계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비성관계라고 해서 반드시 금욕주의 상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고 자의적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성관계나 금욕주의 상태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무성애자일 필요가 없고 비성관계나 금욕주의인 사람의 상당수는 무성애자가 아닙니다.
사람이 종교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금욕주의자일 수 있지만 무성애자일 때는 종교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인식하여야 합니다. 무성애자가 “결혼 전까지 기다리려 한다”고 한다든지 “순수하게 남아있기”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무성애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므로 무성애의 계기 같은 것은 없습니다. 무성애자는 무성애자이기 때문에 무성애자입니다. 무성애자이길 원하기 때문도 아니고 높은 목표를 추구하고 갈망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물론 무성애자가 종교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금욕적인 삶을 살려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에서 오는 것은 금욕주의이지 무성애가 아닙니다.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비성관계 무성애자입니다. 저는 거의 9년 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의도적인 선택에 의해 성관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욕적인 삶을 살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비의도적인 비성관계 상태에 있다고 표현합니다. 저는 함께 성관계를 할 사람이 없고 그런 사람을 찾는 데 관심도 없기 때문에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저는 저와 성관계를 하기 원하는 사람과 특별한 관계가 된다면 기꺼이 그 사람과 성관계를 맺을 겁니다. (실제로 그러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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