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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 속 무성애
Posted on October 20, 2015
원문링크: http://www.asexualityarchive.com/asexuality-in-the-dsm-5/
번역: 뚜벅쵸
검수: 모래미, 이평과
...일생을 두고 지속되는 성적욕구의 부재를 당사자의 “무성애자”라는 자기정체화에 의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의 진단은 내려지지 않는다.
...해당 남성의 낮은 욕구를 무성애자로서의 자기정체화에 의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남성저활동성성욕장애의 진단은 내려지지 않는다.
APA(미국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무성애는 공식적으로 질환이 아닙니다.
위의 두 사진은 DSM-5의 일부입니다. DSM-5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의 최신판으로,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전세계의 의사 및 정신건강 관리 제공자들이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데 쓰이고 있거든요.
DSM-5는 명백하고도 확실하게 무성애를 인식하고 있으며, 만약 어떤 이가 무성애자라면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나 남성저활동성성욕장애로 진단을 내려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당신이 실존하며, 당신이 느끼는 것들이 진짜이고, 당신이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질환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해 줍니다.
딴소리하는 사람은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그치들은 자기가 뭘 말하는지 몰라요. 그들이 잘못됐다는 증거로 이 책을 가리키면 됩니다.
직접인용:
434쪽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302.72) 란의 "진단특징" 끝부분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일생을 두고 지속되는 성적욕구의 부재를 당사자의 “무성애자”라는 자기정체화에 의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의 진단은 내려지지 않는다.
443쪽 남성저활동성성욕장애(302.71) 란의 "감별진단" 끝부분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해당 남성의 낮은 욕구를 무성애자로서의 자기정체화에 의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남성저활동성성욕장애의 진단은 내려지지 않는다.
확실히 DSM-IV에 있던 것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DSM-IV 때는 무성애를 진단의 예외로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저활동성성욕장애의 진단 기준 중 하나로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즉 당신이 무성애자로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문제를 느낀다는 이유로 저활동성성욕장애 진단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생 동안 지속되는 범저활동성성욕장애"에 대한 서술은 사람들이 무성애에 대해 말하는 것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DSM-5의 내용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낯설게 하는 따옴표(Scare Quotes)":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무성애라는 단어가 큰따옴표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독자가 무성애를 합당하지 않은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죠. 무성애라고 하면 실존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 독자가, "무성애"라고 쓰면 더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정체화: 위에서 썼듯이, 예외조항을 적용하려면 환자가 "나는 무성애자예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 중에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에게야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쩌죠? 무성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이 무성애자로 자기정체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의 사람들이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활동성성욕장애에 대한 "치료"를 겪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치료"는 효과가 없었고 그들을 비참하게 했어요. 그런 뒤에야 그 사람들은 자신이 무성애자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기정체화는 무성애가 널리 인식되고 있을 때에나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정신과 의사들은 능동적이 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의사가 어떤 이를 무성애자로 "진단"해서는 절대 안 되지만, 내원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구와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DSM의 진단참고용 탁상편람 버전에는 무성애가 없습니다: DSM은 1천 쪽의 분량, 1.5kg의 무게를 가진 괴물 같은 책입니다. 따라서 진단기준만을 담은 요약 버전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여성성적관심/흥분장애와 남성저활동성성욕장애) 두 질환에 대한 진단기준 어디에도 무성애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무성애를 예외로 두는 부분은 해당 글의 다른 란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탁상편람에 있는 진단기준만을 본다면, 무성애에 대한 예외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괴로움: 이 질환들의 진단기준에는 진단을 위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괴로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등장합니다. 하지만...반복적으로 당신이 고장난 거라는 말을 듣다 보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괴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당신만 이토록 남들과 다를까 하고 생각하다 보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괴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는데 뭔가를 고쳐야 한다고 강요받다 보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괴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중 어떤 것도 당신이 질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당신 주변의 세상이 잘못됐다는 의미입니다.
※ 역자 코멘트: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괴로움(clinically significant distress)'은 대부분의 정신질환을 진단할 때 쓰이는 기본 원칙 중에 하나입니다. 흔히 이상심리 진단 기준의 4D라고 하는 내원자 자신의 괴로움(Distress), 사회규범에서의 일탈(Deviance), 기능장애(Dysfunction), 위험(Danger) 중 하나이지요. 이 기준들은 (특히 소수자성을 질환으로 치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기준을 만드는 목적은 절대적으로 타당한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 자체에 있지 않고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려는 것이므로, 이 기준들은 실제로 진단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개념으로서 채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 및 임상가들은 실제 진단 시에 이러한 원칙과 기준 자체의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조심스럽게 진단해야 합니다.
하나 더...
저는 이 글에서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기 때문에 실존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실존하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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