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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위한 무성애 가이드

2020. 8. 23. 아래 내용은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 [링크] 을 새로운 블로그로 옮긴 것입니다. 같은 내용을 이전 블로그에서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부모를 위한 무성애 가이드

Posted on April 26, 2015
원문링크: http://www.asexualityarchive.com/a-parents-guide-to-asexuality/

번역: 찰리

검수: 모래미, 페르스발

 

 

 

가장 중요한 것

 

무성애는 이성애나 동성애처럼 성지향성입니다. 이성애자는 이성에게 성적으로 관심이 있고, 동성애자는 동성에게 성적으로 관심이 있죠. 하지만 흔히들 'Ace'라고 불리는 무성애자들은 아무에게도 별로 그런 식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무성애자는 그냥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습니다. 무성애는 "바뀌어야" 하거나 "치료"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의 자녀가 가진 한 가지 부분일 뿐입니다.

 

아마 당신은 당신의 자녀가 말하기 전까지는 무성애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또 약간 혼란스럽거나 걱정스럽겠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당신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자녀와 같이 이야기를 할 거라 생각했던 종류의 대화는 아니었겠죠. 이 가이드는 당신이 무성애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과, 무성애가 당신과 자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신이 무성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무성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이미지나 생각을 연상하지만, 그 대부분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성애는 당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질병도, 장애도, 인터넷 유행도, 사이비 종교도, 독신주의의 고급형도, 성정체성도 아닙니다. 무성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자유주의적 히피 문화도 아니고, 보수적인 순결주의 운동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포자 방식이나 분열 방식으로 생식을 하자는 것도 아니에요. 무성애는 성지향성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여기서, 아마 당신은 무성애가 성지향성이라면 왜 이전까지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무성애라는 단어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말이기 때문이죠. 무성애라는 단어는 수십 년 간 존재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성애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그 단어가 의미하는 개념 자체는 훨씬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아마 인간이 존재했을 때부터 무성애자는 있었을 겁니다. 다만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설명할 "무성애" 혹은 "무성애자"라는 단어가 없었을 뿐이죠. 어떤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있는 단어가 얼마나 오래되었느냐는 해당 개념의 타당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마치 "이성애"라는 단어는 1892년 이전에는 사용되지도 않았지만, 중세 시대나 고대 그리스 시대나 그리고 그전에도 이성애자가 있었듯이요.

 

적어도 전 세계의 사람들 중 1%가 무성애자라는 점이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주요한 추산입니다. 이 수치는 처음으로 무성애를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삼은 과학자인 앤서니 보개트(Anthony Bogaert) 박사가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가 무성애를 처음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명한 연구자인 알프레드 킨제이(Alfred Kinsey)는 "킨제이 척도(Kinsey Scale)"을 연구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고안한 척도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을 "X군(Group X)"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X군"이 무성애자였다고 믿습니다. 

 

만약 백 명 중 한 명이 무성애자라면, 당신은 아마 무성애자라고 짐작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일생 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던 독신자 삼촌이나 이모, 항상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 친구, 결혼은 두어 번 했지만 자녀를 전혀 갖지 않던 사촌, 아니면 섹스보다 책에 더 관심이 많던 대학교 시절 룸메이트가 있지는 않았던가요? 그들 또한 무성애자였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무성애라는 단어 자체를 모를 수도 있겠지만요.

 

 

 

 

이러한 사실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사실은 당신이 무성애자인 자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니, 정말로 그게 다예요. 당신과 자녀의 삶 그 무엇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자녀가 무성애자라는 사실은, 그냥 원래 그랬던 사실이 그저 드러났을 뿐이에요. 이러한 점은 당신의 자녀가 생활을 하고 정체화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왜 제 아이가 무성애자인가요?

 

다른 많은 성지향성처럼 무성애의 원인은 불분명하고, 또 사실 그러한 것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당신의 자녀가 무성애자라는 것이죠. 무성애자라는 사실은 그냥 당신의 자녀가 가진 일부분일 뿐이에요.

 

아마 당신의 자녀는 "무성애"라는 단어를 가볍게 내뱉지 않았을 겁니다. 무성애자인 사람들이 변덕으로 무성애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니까요. 무성애자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아마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무성애"라는 단어를 발견하는 때는 해방의 순간과도 같습니다. 마침내 그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요. 그들은 자신이 누군지 확신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자녀를 무성애자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자녀에게 섹스에 대해 겁을 주거나, 많이 안아주지 않아서 자녀가 무성애자가 된 것도 아닙니다. 무성애는 나쁜 육아의 결과가 아닙니다. 당신이 자녀에게 무언가를 다르게 했다고 해서 바뀌는 부분은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럼 제가 뭘 해야하죠?

 

자녀의 말을 들어보세요. 자녀가 당신보다 무성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자녀를 이해하려고 해 보세요. 바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지는 않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성애에 대해 알아보세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자녀에게 물어보기에는 꺼려지는 질문이 있거나, 아니면 그저 무성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시간을 투자해서 자신이 알기 원하는 것들을 알아보세요.

 

무성애를 존중해주세요. 무성애는 상상 때문에, "10대"라서, 사람을 놀라게 하려고 만들어진 말이 아닙니다. 무성애는 당신의 자녀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부일 뿐입니다. 당신이 자녀의 무성애라는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녀를 존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을 받아들이세요. 이 점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자녀를 위해 그런 점에 신경을 쓴다는 사실도 중요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사랑하세요. 

 

 

 

 

제가 뭘 하지 말아야 하죠?

 

화내지 마세요. 화낼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무성애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저 당신의 자녀가 가진 일부의 특성일 뿐입니다. 자녀가 무성애자라고 화내는 것은, 아이의 신발 사이즈가 9이고 갈색 눈을 가졌다고 화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를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고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에서 무성애를 정식적인 성지향성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무성애를 "치료"하려고 치료사에게 보내봐야 아무리 좋게 봐도 돈 낭비에 불과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끔찍한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타이르지 마세요. 자녀가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고 믿으세요.

 

무시하지 마세요. 당신의 자녀가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말했다면, 그 사실은 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실에 무관심하면, 당신이 자녀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잊어버리지" 마세요. 당신의 자녀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당신에게 다시 일깨워준다면, 당신이 자녀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무성애에 대한 모든 전문적인 용어나 구체적인 사항을 전부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당신의 아이가 무성애자이며 그 사실이 무슨 의미인지는 기억해야 합니다.

 

자녀의 허락 없이는 그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당신의 자녀는 당신을 믿고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자녀가 그 문제에 있어 신뢰하지 않아 사실을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 신뢰를 저버리지 마세요.

 

밑의 절인 "말하지 말아야 할 것"에 있는 어떤 말도 하지 마세요. 이 절에서는 당신이 자녀에게 무성애에 대해 하면 안 되는, 상처를 줄 수도 있을뿐더러 타당하지도 않은 말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

 

"손자는 어쩌고?" 많은 부모는 자녀가 무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면 손자를 보지 못하리라고 걱정합니다. 그런데 일단 당신은 자녀가 반드시 손자를 낳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자녀를 가지는 결정권은 개개인에게 달려있으며, 그 점은 당신의 자녀가 이성애자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자녀가 아이를 낳길 원한다면 무성애자라고 해도 가능합니다. 자녀를 낳길 원하는 무성애자는 만으며, 실제로 많은 무성애자에게는 자녀가 있습니다. 무성애자도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입양, 대리 출산, 인공 출산, 그리고 자연적인 수정법으로도 말입니다.

 

"근데 너 전에 누구랑 사귀었었잖아!" 과거의 연애 기록이 당신의 자녀가 무성애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현재의 연애도요. 당신의 자녀는 사회적 기대에 따라 그 사람과 연애를 했을 수도 있고,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알아보려고 그 사람과 연애를 했을 수도 있고, 그러면서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깨닫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연애를 했을 수도 있어요. 연애는 어떤 사람이 자신이 무성애자인지 아닌지 정체화하는 데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나도 한때 그랬었어. 너도 바뀔 거야!" 누가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언젠가 자신이 "정상"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사람은 이미 정상이에요. 그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인정받기를 원해요. 당신이 그런 사람한테 "나도 예전에 그랬었어"라고 말한다고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당신은 그들을 거절하는 것입니다. 무성애는 10대 패션 유행처럼 다음 주에는 없어지는 그런 게 아닙니다.

 

"넌 그런 걸 알기엔 너무 어려." 만약 당신의 자녀가 "난 이성애자에요"라거나 "난 동성애자에요"라고 할 때도 똑같이 말하실 건가요? 당신의 자녀가 본인이 이성애자거나 동성애자란 사실을 알만큼 나이가 들었다면, 그는 자신이 무성애자임을 알기에도 충분합니다.

 

"난 허락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런 것을 반대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선 전혀요. 당신의 자녀가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말한다면, 그 말은 사실을 말한 것입니다. 토론을 할 문제가 아니고요. 당신은 자녀를 설득하거나 잘 타일러서 바꿀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성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설득하거나 타일러 바꿀 만한 부분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무성애자이고 그 사실이 다입니다. 당신이 그런 사실에 반대한다면 자녀에게 상처만 줄 뿐이에요.

 

"난 괜찮은데, 그 사실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마." 당신의 자녀가 자신이 무성애자라는 사실에 대해 침묵하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사실 괜찮지 않은 것입니다. 당신의 자녀가 그런 사실을 누구에게 말할지는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사실이 부끄럽나요? 남들이 무어라 생각할지 걱정되나요? 그런 생각은 부모로서 당신이 할 역할이 아닙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녀가 걱정 없이 본인 스스로가 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무도 너와 사귀지 않을 거야." 이 말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당신은 자녀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상대방을 찾기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대신에 파트너를 찾으려면 자신이 누구인지 숨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죠. 또, 당신은 멋대로 자녀가 누군가와 사귀고 싶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트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 꽤 많은 수의 무성애자는 무로맨틱 무성애자거나, 누군가와 사귀는 데에 관심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관계에 있어 섹스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 너도 언젠가 짝을 만날 테니까 말야." 무성애는 독신과 같은 뜻이 아닙니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만난다고 없어지는 일시적인 상태도 아니죠. 만약 당신의 자녀가 당신에게 자신이 무성애자라고 말했다면, 그 말은 자신에게 맞는 짝이 없다고 불평했던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자녀는 그저 자신의 성지향성을 말했던 것뿐이죠. 물론 당신의 자녀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무성애자에요.

 

"네가 너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무성애"라는 단어는 자신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이지, 자신을 가두기 위한 족쇄가 아닙니다. 당신의 자녀가 무성애라는 단어를 자신이 두렵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한 것도 아니에요. 당신의 자녀는 무성애라는 단어에 자신을 가둔 것이 아니라, 무성애라는 단어가 자신을 잘 설명해 주기 때문에 무성애자로 정체화 한 것이죠. 무성애자는 이성애자들이 이성애라는 개념에 제한되지 않듯이 무성애라는 개념에 제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지향성은 바뀐다고 들었어. 너도 언젠간 바뀔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 점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당신의 자녀는 지금 무성애자고, 그 사실이 중요하죠.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상대방은 당신이 자신의 지금 상태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데다가 언젠가는 바뀌리라고 기대하고 있고, 자신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바뀌기 전까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로 생각해요. 또, 이런 주장은 반대로 적용될 수도 있어요. 성지향성이 바뀔 수 있다면, 언젠가 당신이 무성애자가 될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의사와 상의해서 너를 고쳐봐야겠구나." 무성애는 치료를 해야 하거나 고쳐야 할 병이 아닙니다. 당신은 섹스에 관심이 없는 상태를 호르몬의 불균형이나, 뇌종양이나, 아니면 다른 데에 원인이 있는 질병의 증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욕 감퇴나 섹스에 흥미를 잃은 상태가 질병의 증상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갑자기 성욕을 잃었다거나 기타 다른 증상을 보인다면 혹시 질병이 아닌지 고려해 보아야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의사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무성애자가 호르몬 지수를 검사해봤는데, 대체로 정상 범위 안에 들었습니다. 어떤 무성애자는 다양한 이유로 호르몬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지 않을 거야." 이런 말을 하는 상당수는 개신교인들인데, 여기 그들이 봐야 할 성경의 몇 구절이 있습니다. 『고린도전서(『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7장 6-9절과, 『마태복음(『마태오의 복음서』) 19장 10-12절이죠. 많은 다른 종교의 경전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있습니다. 무성애를 비난하는 종교는 들어본 적이 없군요.

* 참고: 

- 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성서』 기준 고린도전서 7장 6-9절: 나는 모든 사람이 다 나처럼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은총의 선물이 각각 다르므로 이 사람은 이렇게 살고 저 사람은 저렇게 삽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 과부들에게는 나처럼 그대로 독신으로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성서』 기준 마태복음 19장 10-12절: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예수께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더니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결혼하지 못할 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사람의 손으로 그렇게 된 사람도 있고 또 하늘 나라를 위하여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을 받아들일 만한 사람은 받아들여라."

 

"연애를 하는구나. 난 네가 무성애자가 아닌 줄 알았었어!" 연애를 한다고 무성애자가 아니지 않습니다. 당신의 자녀는 많은 이유로 연애를 할 수 있고, 꼭 성적끌림이 그 이유 중 하나가 되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말은 당신이 자녀를 애초부터 믿지 않았으며, 항상 당신의 자녀가 틀렸다는 "증거"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네 연인은 참 힘들겠네." 만약 당신의 자녀가 연애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무성애자임을 밝힌다면, 당신은 무성애가 연애에서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하니까, 당신의 자녀가 연인 사이에서 그러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짐작은 필연적인 사실이 아닙니다. 무성애는 어떤 사람이 누군가와 섹스를 하지 못하게 막는 개념이 아니고, 무성애자는 단지 섹스를 하고 싶어 하거나 섹스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할 뿐입니다. 어떤 무성애자는 여러 이유로 파트너와 성적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또, 섹스로 충만한 관계가 불변의 행복을 보장하고, 섹스를 하지 않는 관계가 불화를 장담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자녀의 연애 관계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또 그 둘이 연애를 하면서 어떤 조정을 했고, 어떤 합의를 했고, 서로 어떻게 맞춰나갔는지 모릅니다. 아예 그 파트너가 무성애자일 수도 있죠! 만약 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당신과 같이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당신이 그런 속사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말들을 했다면... - 당신은 아마 자녀가 커밍아웃을 한 뒤에 이 글을 읽고 있겠군요. 그리고 아마 당신은 자녀에게 앞서 나온 예시와 같거나 비슷한 말들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그렇다면, 자녀에게 가서 사과하세요. 당신이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도 알려주세요.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만, 적어도 그로 인한 다른 피해는 막을 수 있죠.

 

 

 

 

제가 또 알아야 할 것들이 있나요?

 

문서 한 장으로는 당신이 무성애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모두를 말할 수는 없으니, 스스로 더 알아보기를 권장합니다. 다음은 당신의 자녀가 무성애에 대해 말할 때 나올 수 있는 주제들을 아주 간단하게 적어 놓은 것입니다.

 

무성애 스펙트럼(The Ace Spectrum) - 당신의 자녀는 자신이 데미섹슈얼이거나 회색무성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무성애 스펙트럼" 중 하나이며, 당신의 자녀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가 무성애자와 유성애자의 중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색무성애자는 아주 가끔씩 성적끌림을 느끼거나, 자신이 느끼는 어떤 감정이 성적끌림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거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자신이 "무성애자"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단어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데미섹슈얼은 어떤 사람을 굉장히 잘 알게 되기 전까지는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데미섹슈얼의 이러한 특징이 낯선 사람과 동침하는 일을 꺼리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데미섹슈얼은 단지 어떤 사람을 굉장히 잘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 사람에게 성적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글쎄, 다들 그러지 않나?"라고 말하기 전에, 낯선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을 위주로 하는 다른 모든 관련 산업들을 생각해보세요.) 데미섹슈얼과 회색무성애자 모두 그 자체로 지극히 정상인 정체성입니다.

 

로맨틱끌림(Romantic Attraction) - 로맨틱끌림은 성적끌림과는 별개입니다. 무성애자가 성적끌림이 없더라도, 로맨틱끌림은 느낄 수 있습니다. 매우 단순하게 말하면, 성적끌림은 누군가와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라면, 로맨틱끌림은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싶은 욕구를 의미합니다. 로맨틱끌림은 성적끌림과 마찬가지로 한 젠더나 다양한 젠더를 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에게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남성은 "이성로맨틱(Heteroromantic)"이라고 할 수 있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로맨틱끌림을 느끼는 여성은 "양성로맨틱(Biromantic)"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로맨틱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무로맨틱(Aromantic)"이라고 합니다. 보통 성적끌림과 로맨틱끌림은 같거나 비슷한 젠더에게 향합니다. 가령 동성애자인 사람은 동성에게 로맨틱끌림을 느끼죠. 하지만 성적끌림과 로맨틱끌림이 향하는 젠더가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에이로맨틱 이성애자나, 범성로맨틱 무성애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젠더정체성(성정체성, Gender Identity) - 젠더정체성(성정체성)이란 본인의 자신의 젠더에 대한 인식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자신을 남성 혹은 여성으로 생각하는지, 남성과 여성 둘 모두에 해당되거나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젠더 체계에서 벗어난 다른 젠더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지를 말합니다. 젠더는 지정성별(Physical Sex)과는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젠더는 머릿속에 있는 것이고, 지정성별은 바지 속에 있는 것이죠. 젠더 정체성과 지정성별이 일치하는 사람(예를 들어 우연히 여성의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 여성)을 "시스젠더(Cisgender)"라고 하고, 젠더 정체성과 지정성별이 다른 사람(예를 들어 우연히 남성의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 여성)을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합니다. 이따금식 "자신이 선호하는 3인칭형(Preferred pronouns)"이라는 개념이 젠더 정체성을 논의하는 와중에 나올 겁니다. 이 말은 자신이 3인칭형으로 어떻게 불리기를 바라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그(He)"라고 불리기를 원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그녀(She)"라고 불리기를 원할 수도 있고, 아니면 a third person might want the word “they” to be used. 무성애는 젠더 정체성이 아니라는 점은 중요한 사실입니다. 무성애자인 사람은 어떠한 젠더에도 속한 사람일 수도 있고, 또 어떠한 지정성별에 속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